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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맞이하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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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 운영자 | 등록일 | 2020-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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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아기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여기 영아일시보호소에서 일하게 된 지 이제 두달이 되어갑니다.
하루 24시간이 순삭한다는 것을 매일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기들은 말 대신 우는 것과 칭얼거림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에 웃음소리보다는 울고 떼쓰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습니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아담한 느낌의 광주영아일시보호소를 처음 찾은 것은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엄마의 권유로 봉사를 왔던 아이들은 너무나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랬고 계속 봉사를 이어가고 싶어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많이 아쉬워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광주영아일시보호소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아기들하고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도 했습니다. 처음 실습을 할 때는 마냥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습니다. 아기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했습니다. 아프면 약을 먹이고 호흡기 치료를 해주고 필요한 시간에 분유를 먹이고 목욕을 시킵니다. 주변 환경도 늘 청결하게 유지하고 개월수가 늘어나면 분유도 바뀌어야하고 이유식을 시작하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걷고 달리는 과정을 늘 지켜보며 함께 웃고 울고 행복해하고 안타까워 합니다. 아이를 키워봤기에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았습니다. 긴 시간 아이들을 돌봐온 많은 선생님들의 주옥같은 경험담과 꼭 지켜야하는 많은 규칙들이 있어 우리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지금 적응하는 시간을 작은 행복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보육하고 있던 방에서 아기들이 둥지를 떠나 다른 둥지를 찾아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방을 맡은지 얼마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서운해서 하루종일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 여기는 일시보호소이고 거기는 진짜 집이 되어줄거야 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서운만 맘이 오래오래 머물렀습니다. 그렇지만 또 새로운 아기들이 도움을 청해 우리 둥지를 찾아오고 우리방에도 새로운 아기들이 찾아왔습니다. 늘 그렇듯 모든 선생님들은 새로운 아기들을 위해 옷을 고르고 건강상태를 살피고 새로운 방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저도 조금씩 신입의 입장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순간만은 진짜 엄마가 되려는 마음을 먹습니다. 아기들이 처음 몸을 뒤집기를 하는 순간, 처음으로 혼자 선 순간, 첫발걸음을 떼는 순간, 첫 이가 나오는 순간, 엄마라고 처음 말하는 순간들을 여기 일시보호소에서 매번 다시 느끼는 행운을 얻게 되어 행복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러브액츄얼리'의 공항장면처럼 여기 내가 일하는 곳은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 모두 모여 있는 나에게는 그런 행복한 공간입니다. 어쩌면 저는 지금 매일 기적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그 행복을 느끼는 많은 시간들을 생각하면 솜털같은 작은 일이 됩니다. 아파서 힘들어하면서 품으로 파고드는 작고 여린 어린 생명이 너무 예뻐서 우리와 만나는 모든 아기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건너서 어엿한 성인이 되기를 늘 소망합니다. 저는 이제 그 어엿한 성인의 작은 기억속에 존재하는 사람이 되기를 또한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모르고 지나는 사람중에 그 아기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합니다. 오늘도 순간순간이 기적이 되는 마법의 공간에서 함께하는 우리 모두가 항상 행복하기를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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